경상남도 홍준표 지사가 무상급식 예산을 삭감한 까닭에
도내 초,중,고교 학생 28 만여명에 대한 무상급식이 유상으로 전환되면서
진통을 겪고 있다. 이즈음 도내 마산 태봉고 1학년 이 현 진 군이 홍지사에게
보낸 편지내용이 지상에 공개되며서 기성세대의 무능함을 일깨우는 바 있어서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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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한 자리에서 음식을 공평하게 나눠 먹는 것이야 말로 가장 기초적인
민주주의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들 처럼 먹성좋은 나이에는 매 끼니가
잔치고 축제입니다. 이렇게 뜻깊은 것이 공부가 아니라면 대체 공부란 무엇인가요?
가난한 아이에게 더 복지 혜택을 준다는 선별복지를 우리도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실제로 가난한 당사자도 정말 그렇게 느낄지
생각해 보셨는지요. 지사님도 낙인효과라는 말을 들어 보셨을 겁니다. 저는 그동안
친구관계에서 적어도 가난때문에 문제가 생겼던 적은 없습니다. 함께 노는데
그런 것은 아무 상관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 같이 같은 밥을 먹는데 좀 못 살면
어떻고 잘 살면 어떤가요. 하지만 무상급식이 사라지면 그것은 더 이상 상관없는 일이 아니게 됩니다. 누구는 가난해서 공짜밥 먹고 누군 형편이 좋아서 돈내고 밥먹고,
이렇게 되면 학교 분위기는 확 바뀔지 모릅니다.자신의 가난을 식사때마다 느껴야 하는 아이가 과연 복지 혜택에 감사할까요? 모두가 같은 밥을 먹는 동안에는 가난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선별복지가 시행되는 순간, 대상자는 진짜 가난한 아이가
되어 버립니다. 지사님은 가난한 학생들을 위한 복지라고 하시지만, '괴롭고 불편한
복지' 가 될 게 뻔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즐겁고 평등해야 할 급식소에서 '누구 밥은 3,200원, 누구 밥은 공짜' 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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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와 관련하여 우리의 전통은 넉넉한 인심을 우선시 했다. 그리고 공동체
내에서는 쌀 한 웅쿰, 콩 한톨이 남아 있는 한 굶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미덕을
소중히 간직하며 살아 왔다. 그런데 산업화가 이룬 경제 성장 덕에 이제는 코흘리개
밥 먹이는 문제로 온갖 정치하는 이들이 여러 행태를 보이면서 국민을 불편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탓하고 싶은 것이 천박한 정치철학이다.
홍지사는 '학교는 공부하러 가는 곳이지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다.'
라고 답변하고 본인의 의지가 굳건함을 보여 주었지만 , 고교 1학년 학생은
되 묻고 있다. 음식을 나눠 먹는 것이 가장 기초적인 민주주의 교육이고,
이런 것이 더 진정한 공부가 아니냐고.
선별복지의 예상되는 폐해에 대하여도 고교 1학년 학생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너무나 상세하게 심리적인 부분을 분석하고 있다. 단순히 한 달 급식비로 학생당
4만원 내지 7만원을 세금으로 지원한다고 ' 자신의 가난을 식사때 마다 느껴야
하는 학생을 만들지 말라.' 는 당부이다.
사태는 점점 우스운 장면을 연출하면서 홍지사가 제 2 의 오세훈 시장이 되는게 아니냐 하는 우려를 자아 내고 있다.
도내 어느 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이 직접 가마솥을 들고 나와 아이들에게
손수 급식을 하는 가 하면 ,도내 학교마다 무상급식 철폐에 항의하는 학부모의 1인
피켓시위가 등장하고, 도내 천여명의 선생님들이 시한부 단식으로 항의표시를 하며
무상급식 철폐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되돌아 보면, 우리가 그렇게 자랑하는 산업화의 성공이 고작 초,중,고교생에게 학교에서 밥 한끼 먹이기는 어려울 정도 일 뿐 이라는 반증으로 이해해야 하는 건가?
우리는 정치하는 이들이 더 이상 패거리로 나뉘워서 아이들 밥그릇 가지고
싸우지 않고, 이 문제에 관한 한 '국가와 민족의 장래가 걸린 다음 세대를 키우는 일'
이라는 정치철학을 내세워 줄 것을 기대한다. 정치가 자본 논리에 휩쓸려 철학이
없는,천박한 자본논리로 오염된 패거리꾼의 것이 아닌 진정한 국가,민족을 위한
본래의 자리로 돌아 올 것을 기대한다.
위의 사안을 미국의 의료보험 제도와 빗대어 풀어 보면, 미국의 보수 세력을 대표하는 공화당의 의료보험에 대한 입장은 '의료시장과 보험시장의 자유경제주의 정신을 훼손 할 우려가 있어서 저질,저가의 국민 개보험적인 의료 보험제도를 반대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으나 실상은 영리의료단체 및 보험업계의 로비에 매수된 의원들이 그 방패막을 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의료보험이 안되는 치주염으로 사망하는 초,중,고교생
학생 수가 엄청나게 많다.
반면, 진보를 표방하는 민주당은 '오바마캐어 ' 라 불리는 국민 개보험적 의료보험제도의 도입을 적극 주장하는데 국민이 행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에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정부의 개입으로 국민에게 보장하려는 취지이다.
그런데 자본주의로 성공한 미국에서 자본주의로 무장한 정치인 때문에 미국의 의료
보험제도가 우리 나라 보다 훨씬 열악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상당수의 국민이 형편
없는 의료 혜택으로 병원 문전에서 죽는다는 사실은 '자본논리가 만사는 아니다.' 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하겠다.
현실적으로도 우리 정부는 복지예산을
작년 110조원 정도로 편성해서 역대 정부 최대 수치를 갱신하고, 인구 노령화와 경제활동인구 감소문제로 육아 문제에 각별한 대책을 실천하고 있는 시점이다.
또 한, 내년부터는 기존의 예산 편성방법이 쓸 곳 먼저 정해서 양 껏 쓰는 "양출제입"
이 아니고 수입내에서 지출하는 "양입제출" 방식으로 바뀐다니 줄줄이 새던 곳간 을
잘 단속 해서 무상급식은 예산 핑계 대지 않기를 바란다.
고교 1 학년 학생의 편지가 홍지사의 논리보다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은
"우리의 미래가 따듯하게 될 수 있다 ." 라는 희망을 전달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학생은 다음과 같이 편지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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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사님.무상급식을 돌려주세요.
요즘 봄 햇살이 따뜻해서 우리 학교 학생들은 식판을 들고 평상이나
벤치에 앉아서 밥을 먹습니다. 이 평화로운 모습을 지사님께
보여드리고 싶습니다.안녕히 계세요.
2015년3월29일
이현진 올림
